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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휴대폰부터 해지하면 안 되는 이유

읽는 시간 약 9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가족들은 짧은 시간 안에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사망신고를 하고 은행과 보험, 카드, 각종 공과금까지 하나씩 정리해야 합니다. 그러다 부모님 휴대폰을 발견하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이제 사용하실 분도 없는데 요금 나가기 전에 해지해야겠네.”

그런데 휴대폰은 다른 물건처럼 서둘러 정리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왜 그런지 가족의 입장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 아래 사례는 특정인의 실제 인터뷰를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가족 사망 후 휴대전화와 각종 생활업무를 정리하면서 생길 수 있는 여러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통신사·서비스별 처리 방법은 다를 수 있으므로 실제 해지 전에는 해당 기관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휴대폰 요금부터 아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65세 이 씨가 아버지를 떠나보냈다고 해보겠습니다.

장례가 끝난 뒤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가 사용하던 휴대폰이 책상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매달 통신비가 계속 나갈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휴대폰부터 해지하자. 이제 사용할 일도 없는데 요금만 계속 나오잖아.”

그런데 동생이 말렸습니다.

“형, 잠깐만. 아버지 연락처나 문자부터 확인해야 하지 않을까?”

그 말을 듣고 휴대폰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생각보다 중요한 정보가 많았습니다.

가족들이 모르던 지인의 연락처가 있었고 각종 서비스에서 온 문자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때 이 씨는 생각했습니다.

“휴대폰이 단순히 전화하는 기계가 아니었구나.”

요즘 스마트폰은 한 사람의 연락처·사진·문자·일정·생활서비스 이용 흔적이 모여 있는 물건입니다.

그래서 사망 직후에는 해지보다 무엇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보존하는 과정을 먼저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 가족이 모르는 연락처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장례를 치르면서 가장 당황스러운 일 중 하나가 있습니다.

누구에게 부고를 알려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입니다.

부모님의 친구, 예전 직장동료, 동창, 친척, 이웃 등 자녀가 전부 알고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때 부모님 휴대폰의 연락처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 통화기록이나 문자 등을 통해 평소 자주 연락하던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기를 초기화하거나 처분하기 전에 필요한 연락처가 있는지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 중요한 문자와 생활정보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 씨가 아버지의 문자함을 살펴보다 병원에서 온 문자를 발견했다고 해보겠습니다.

또 카드 관련 안내와 통신사 부가서비스 안내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가족들은 아버지가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몰랐습니다.

스마트폰에는 생각보다 많은 생활 흔적이 남습니다.

병원 예약, 택배, 카드 이용안내, 각종 기관 알림 등이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해지나 초기화 전에 가족이 합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범위와 각 서비스의 절차를 먼저 알아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의 계정에 임의로 접속하거나 고인의 비밀번호·인증수단을 이용해 금융거래 등을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상속·금융업무는 해당 금융회사나 기관의 정식 절차를 이용해야 합니다.

세 번째, 사진과 동영상은 해지보다 ‘기기 정리’가 더 중요합니다

이 씨 가족에게 가장 아쉬울 뻔했던 것은 사진이었습니다.

아버지 휴대폰에는 가족이 가지고 있지 않았던 오래된 사진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손주 사진도 있었고 여행사진도 있었습니다.

휴대전화 회선을 해지한다고 해서 일반적으로 기기 안의 사진이 즉시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후 기기를 초기화하거나 처분해버리면 복구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휴대폰을 정리할 때는 통신회선 해지와 스마트폰 기기 안의 자료 정리를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에게 필요한 사진과 동영상이 있다면 적법한 범위에서 먼저 보존 여부를 확인하세요.

네 번째, 유료 부가서비스와 소액결제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휴대전화에는 기본 통신요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유료 부가서비스가 가입되어 있을 수도 있고 휴대폰 결제와 연결된 서비스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일부 부가서비스는 회선 해지 또는 명의변경 시 함께 해지되거나, 별도로 먼저 해지해야 하는 구조가 있습니다.

LG유플러스도 고객지원에서 가입정보, 부가서비스, 사용내역, 휴대폰 결제, 일시정지·해제 등의 관리 기능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휴대폰 요금이 얼마였지?”만 보지 말고 어떤 부가서비스와 연결서비스가 있었는지도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섯 번째, 휴대폰과 연결된 다른 기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휴대폰 하나만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스마트워치나 태블릿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경우 휴대전화 회선과 결합된 할인이나 요금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LG유플러스는 휴대폰을 해지하거나 일시정지하면 연결된 스마트기기 요금 할인 혜택이 중단될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KT 역시 휴대폰 요금제에 따라 동일 명의 등의 스마트기기에 요금할인이 적용되는 상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님 휴대폰을 해지하기 전에 스마트워치·태블릿·인터넷·IPTV 등 함께 가입된 서비스가 있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면 휴대폰을 계속 살려둬야 하나요?”

그렇다는 뜻은 아닙니다.

사용하지 않는 회선을 무작정 몇 달씩 유지하면 통신요금이 계속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장 해지’와 ‘무조건 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확인을 끝낸 뒤 정식 절차로 해지하는 것입니다.

이 씨 가족이라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필요한 연락처 확인 → 사진·동영상 등 보존할 자료 확인 → 문자·생활서비스 확인 → 연결된 부가서비스·스마트기기 확인 → 통신사에 사망자 회선 해지 절차 문의

이 순서가 훨씬 안전합니다.

휴대폰 잠금번호를 모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부분도 중요합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잠금번호를 모르는데 무리하게 휴대폰을 열려고 하거나 고인의 계정에 임의로 접근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금융앱이나 인증서가 있다고 해서 고인의 인증수단을 이용해 돈을 이체하거나 금융업무를 처리해서는 안 됩니다.

은행·보험·증권 등은 상속인 확인을 거쳐 정식 상속절차로 처리해야 합니다.

휴대전화 자료 역시 제조사·서비스 제공자의 사망자 계정 또는 디지털 유산 관련 절차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해지하기 전 메모 한 장을 만들어보세요

이 씨는 나중에 아버지 휴대폰을 정리하면서 종이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통신사’

‘전화번호’

‘인터넷 결합 여부’

‘태블릿·워치’

‘유료 부가서비스’

‘필요한 연락처’

‘보관할 사진’

이렇게 적어놓으니 무엇을 확인했고 무엇이 남았는지가 한눈에 보였습니다.

50·60대가 부모님 일을 처리하거나 나중에 자녀가 자신의 일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정리표가 상당히 유용합니다.

오히려 내 휴대폰을 지금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은 돌아가신 부모님의 휴대폰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사실 우리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내가 갑자기 입원하거나 가족이 내 일을 대신 처리해야 한다면 배우자나 자녀가 무엇을 알고 있을까요?

내가 어느 통신사를 사용하는지.

어떤 은행을 이용하는지.

보험은 어디에 가입되어 있는지.

매달 어떤 서비스가 자동결제되는지.

중요한 연락처는 누구인지.

가족이 전혀 모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50·60대라면 비밀번호 자체를 가족에게 무작정 공유하기보다 내가 이용하는 주요 금융회사·보험사·통신사·정기결제 서비스 목록 정도를 별도로 정리해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가장 기억해야 할 한 가지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휴대폰을 발견하면 ‘요금이 계속 나오니까 바로 해지해야겠다’고 서두르지 마세요.

그 휴대폰에는 돈으로 다시 살 수 없는 사진이 있을 수도 있고 가족이 모르는 연락처와 처리해야 할 생활정보가 남아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회선을 오래 방치할 필요도 없습니다.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고 보존할 것은 보존한 다음, 연결된 서비스를 확인하고 통신사에 사망자 회선의 정식 해지 절차를 문의하는 것.

이 순서만 기억해두시면 됩니다.

부모님의 휴대폰은 마지막 순간까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라 부모님이 살아오면서 남긴 생활기록의 일부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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